2023년 4월 첫째주에 들어선 주말사이 OPEC(석유수출기구)이 깜짝 감산을 발표함에 따라 4월 3일 오전(한국시간) 원유선물가격은 전일대비 +6% 넘게 치솟았습니다. 이로인해 대표적인 서부텍사스산 원유(이하 WTI) 가격은 배럴당 80달러를 다시 돌파했는데요.
지난주 금요일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준)에서 주요지표로 사용하는 PCE물가지수가 시장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둔화된탓에 미 증시가 1% 넘게 상승마감했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완화 속도 때문에 더이상 금리인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 때문이죠.
그런데 OPEC이 2023년 5월부터 12월까지 총 7개월동안 165만 배럴을 감산하는 내용을 발표, 국제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둔화속도가 다시 느려질수도 있겠습니다. 이번에 자발적 감산을 발표한 국가들과 그 규모는 다음과 같은데요.
- 사우디아라비아 - 50만 배럴 감산
- UAE(아랍에미리트) - 14.4만 배럴 감산
- 알제리 - 4.8만 배럴 감산
- 쿠웨이트 - 12.8만 배럴 감산
- 오만 - 4만 배럴 감산
- 이라크 - 21.1만 배럴 감산
- 카자흐스탄 - 7.8만 배럴 감산
저는 이번 OPEC 발표가 신냉전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함을 알려주는 하나의 표상이라 생각합니다. 안그래도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에 날라가서 석유증산을 요구하는 등 물가를 잡기 위한 노력을 다해왔었는데 당시 콧방귀도 안뀌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중국 주도로 이란과 관계정상화에 나섰잖아요? 그리고 이번에 깜짝 감산(석유) 발표로 재차 물가상승을 견인하려는 모습까지. 확실히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도 어딘가 믿을구석이 있어야 미국에 반기를 들수 있었을겁니다. 그건 바로 러시아와 중국이구요.사실 최근 중국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 국빈방문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의 밀월관계를 다시한번 강조하면서 반미 연대를 추구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일방적인 세계화 주도에 실증을 느낀 아랍·중동권 국가들과 밀착하기 시작했고 이런 흐름속 OPEC 깜짝 감산 발표가 있었던거죠.
미국이 군사적으로 패권을 갖고 있으나 경제적으로도 패권을 유지할수 있었던것중에 하나가 달러의 기축통화화 아니겠습니까? 그 중심엔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석유를 모두 달러로 결제하게끔 하는 '페트로 달러' 시스템이 있었구요. 그런데 사우디가 미국에 반기를 들고 나아가 OPEC 국가들마저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게 되면 달러의 지위도 약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래는 미국이 그동안 자기네 나라들만 살겠다고 막대하게 풀어재낀 유동성, 그리고 물가상승이 달러가치를 약하게 만들었어야 했지만 그래도 세계가 어려워질때 가장 안전자산이라고 평가받는 달러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달러인덱스가 지난 2003년 이후 최대치까지 치솟았습니다. 아이러니한거죠.
한편, 이런상황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에 반기를 들고 BRICS 통화를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그동안 미국의 횡포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원자재국들까지 동참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위에 언급한것처럼 석유수출기구(OPEC)도 동참하려는듯 합니다.
앞으로 달러패권이 무너지면 세계경제 지형도 빠르게 변화할것입니다. 저는 이번에 OPEC의 감산이 의미하는것은 러시와 중국을 위시한 BRICS 국가들이 반미연합에 합류하는것으로 보여지는데요. 2023년 8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달러 대체통화가 출연할것인지 앞으로 달러 인덱스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