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10년 전 투자관련 서적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당시 책을 출판할 정도의 투자자라면 시장에 대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름 논리도 갖췄을 것이고 잘하면 명성도 갖췄을 것이다. 저자가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나름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대중에게 공개해 추가 인기를 얻길 원했을 것이다. 그래서 미래 전망 책을 보는 것보다 과거 책을 읽어보고 그동안 경제 흐름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박영옥의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주식투자 관련 서적중에서 꽤 유명했던 개미투자자 박영옥 씨의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책이 있다. 이 책은 2010년 8월 출판되었는데, 이분은 2001년 이후 연평균 투자수익률이 50%였다고 소개했다.
박영옥 씨는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특수 장학생으로 입학한 뒤 재학 중 증권분석사 시험에 합격해 증권가에 발을 붙였다. 대학을 조기 졸업하고 현대투자연구소, 대신증권, 국제투자자문 펀드매니저를 거쳐 1997년 38살에 교보증권 압구정지점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일반인이 아닌 금융시장 전문가였다.
박영옥 씨는 1997년 IMF 때 주식을 사냥하듯이 종목을 수시로 바꿔가며, 그리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써가며 단기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경험했다. 본인 돈뿐만 아니라 증권맨으로써 지인과 고객 돈까지 다 까먹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증권맨을 관두고 전업투자자가 되었고 주식농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2001년 9·11 테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을 때 급락한 주식을 사놓고 6개월가량 기다렸더니 대부분 종목이 2~3배 이상 올랐다. 박영옥 씨가 주식을 농부처럼 투자하라고 하는 이유다.
사실 2001년 IT버블 이후 세계경제는 2008년전까지 경제 대호황기를 맞아 글로벌 대세 상승기를 거치긴 했다. 이때 조선, 백화점, 홈쇼핑, 가전 등 수많은 종목이 수십 배 오르기도 했다. 이때 경험을 잊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장기투자를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 경력이 오래되고 투자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분들도 모두 장기투자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게 1992년부터고 그때는 소련이 해체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PAX AMERICA 즉, 미국 경제 대호황이 시작되던 시기다. 물론 중간중간 한국 IMF를 포함한 동아시아 위기, IT버블, 9·11 테러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이 있었지만 세계경제는 점점 무역장벽을 내리고 글로벌화되며 고성장 해나가는 시기였다.
근본적으로 2008년 이후 저금리 저성장 기조와는 다르다. 2017~2018년을 잠깐 반짝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한국증시는 2010년 이후 10년간 박스피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0년 이후 주식시장에 뛰어든 사람은 장기투자 해봐야 먹을 게 없었다. 이처럼 투자자들은 자기가 살아오고 경험해온 시장 대응 능력을 기반으로 투자를 권하는데, 과거 경제 대세 성장기일 때 얻었던 수익 경험으로 장기투자를 주장하는데 이건 어쩌면 협소한 시각일지도 모른다.
박영옥 씨는 주식투자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주가는 예측할 수 있으며, 미래를 읽는 자가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데 그 기회는 책 속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걸 젊을 때부터 인내를 가지고 도전하면 좋은 투자자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위와 같은 경험이 쌓이면 자기만의 가치 기준이 세워지고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혜안이 길러지며, 탐욕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경지에 오르더라도 절대 빚내서 투자하면 안되고 계란은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농사하는 마음으로 주식에 투자하라고 했다.
- 주식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
- 주가는 예측가능하며 책을 읽으면 미래가 보인다
- 젊을 때부터 인내를 가지고 도전하면 좋은 투자자가 된다
-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고 농사하는 마음으로 투자하라
농작물을 잘 키우려면 날씨와 작물상태를 매일 체크해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주식도 매일매일 뉴스를 체크하고 투자한 기업에 대해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농부가 농작물을 잘 돌보면 잘 크듯이 주식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전교생이 2,500명인 학교에 영수라는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이 갑자기 다른친구들보다 일찍 등교해서 밤늦게 집에 간다면, 그리고 선생님을 바라보는 눈빛도 달라지고 질문도 정말 많이 한다면, 우리는 과연 영수의 성적이 어떻게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자연스럽게 성적이 조금이라도 오르겠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영수가 이런 자세를 3년간 유지한다면 어떤가? 아마 전교 순위는 이전보다 더 높게 상승할 것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시야를 반대로 틀어보자. 우리가 왜 주식투자를 통해 항상 손실을 보고,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만큼 주식시장엔 불성실하고 불량한 기업이 많다. 잘 모르면 언제든 눈뜬채 코베이는 시장이 주식시장이다. 야생이고 정글이다. 시장과 기업에 대해 많이 알아도 부족할 만큼 주식시장은 항상 위험하다. 좋은 기업은 찾기 어렵다. 쉽지 않다.
박영옥 씨가 강조하는 좋은 주식이란 다음과 같은 기업이다.
- 경쟁력 있는 1등 기업
- 좋은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기업
- 건강한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
- 좋은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
- 열린 경영실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