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 들어오면서 대한민국에선 배터리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월부터 에코프로 주가가 7배 가까이 급등했기 때문인데, 워낙 실적이 좋은데다가 미래 전망도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배터리 회사가 정말 세계 전기차 시장의 핵심일까? 이러한 질문은 누구나 던질수 있겠지만 이에 대해 자세히 파고들어본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난 진짜 의문인게 반도체도 미국이 '칩스법'을 만들어 단박에 중국 공급망을 떼어내는데 과연 우리가 독자적으로 배터리 세계시장을 석권할수 있을까? 라는 것이다. 기술적우위를 갖고 있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같은 경제대국이 외교력을 행사하면 무용지물이 될수도 있다. 가령 "너네 우리한테 다른것도 이익 많이 남기잖아? 이건 우리가 시키는대로 해" 라고 하면 외교적으로 반박이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크게 4단계, 즉 광물 - 소재 - 배터리 - 전기차 밸류체인으로 나눠서 봐야한다. 그리고 앞단에 있는 광물 밸류체인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전기차 시장 개념을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간략히 다시한번 언급하자면 전기차 핵심은 배터리이고, 배터리의 핵심은 양극재, 양극재의 핵심은 리튬이라고 보면된다.
- 전기차 - 배터리 - 양극재(소재) - 리튬(광물)
전기차 기업은 테슬라나 기존 내연기관차 업체중 제네럴모터스(GM), 폭스바겐, 현대기아차 등이 된다. 이 기업들은 그동안 내연기관차로 큰 돈을 벌어왔지만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데다가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에너지, 탈탄소 움직임을 보이면서 빠르게 전기차 시장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그런데 전기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 바로 배터리! 이 배터리를 세계에서 젤 잘 만드는 회사중 하나가 LG에너지솔루션이다. 2023년 기준으로 세계 배터리 시장점유율 순위는 CATL, BYD, LG에너지솔루션이다. CATL와 BYD는 모두 중국회사이고 한국에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있다.
그리고 배터리 원가 52%를 차지하는 양극재는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양극재 시장은 크게 LFP배터리와 삼원계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로 나뉘는데 LFP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는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고, 삼원계에 들어가는 양극재는 에너지밀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점점 더 높은 성능을 원할때 필요한 기술이 삼원계 하이니켈 배터리라고 볼수 있고, 이를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업체가 에코프로비엠,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정도가 된다. (그 외 코스모신소재, 엘앤에프 등이 있다)
그런데 양극재를 만드려면 다시 니켈, 망간, 코발트, 리튬 같은 광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중에서 빠지지 않는 광물이 있으니 그게 바로 리튬이다. 어떤 양극재를 만들더라도 리튬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다만, 문제는 리튬 공급이 수월치 않다는것. 그래서 전기차 가격, 배터리가격, 양극재 가격은 모두 리튬 가격에 따라 좌우된다. 같은 맥락에서 리튬 광물을 취급하는 최후방 기업들의 수익은 막대해질수 있다.
- 전기차 기업 - 제네럴모터스, 테슬라, 루시드, 리비안, 폭스바겐, 현대기아차 등
- 배터리 기업 - CATL, BYD,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삼성SDI, SK온 등
- 양극재 기업 - CATL, 에코프로비엠, LG화학,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코스모신소재 등
- 리튬 광물기업 - POSCO홀딩스, 앨버말, 텐치리튬, 간펑리튬, SQM,
이 외에도 배터리 4대 소재인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업체들이 2차전지 관련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되면 분리막이나 전해액이 필요없어 진다는 이야기가 있어 분리막, 전해액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그 지위가 불안정하다. 물론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려면 2030년 이후가 되야한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기술개발이라는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것도 맞다.
나는 국내 양극재 업체들이 에너지밀도가 높은 하이니켈류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 부문에서 상위 포지션을 쥐고 있다는것에 동감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마치 전기차 시장, 배터리시장을 쥐어짜고 흔들수 있다는것에 동의하진 않는다. 지금 1등이 앞으로도 계속 1등이라고 한다면 에코프로비엠이 지금의 위상을 차지하기 어려웠을것이다. 마찬가지 개념으로 미래는 미래의 준비를 가장 치열하게 하고 여기에 더불어 국가 정치적 보호를 받는 기업에 (중국, 미국) 좀더 유리해질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비교적 뛰어난 기업이 많지만 역사적으로 경험컨대 보조금 지급이나 법규제에 의해 경쟁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양극재 기술력 우위를 보면 이번에도 그렇게 되진 않을것으로 보인다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것. 그건 사실이다. 한국은 미국 IRA법안에 따라 중국 광물 공급망을 배제하려고 시도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중국과의 마찰이 심화될것이다. 경제는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는게 아니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