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3월 19일 코스피지수는 1,400pt까지 떨어졌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코스피 1,400pt는 지난 2006년 수준이다. 그만큼 전 세계적인 바이러스로 사회 봉쇄가 이뤄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경제가 멈출지도 모르는 불황을 느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주식시장 흐름
그러나 이후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고 면역자가 늘어나면서 사회봉쇄는 조금씩 해제되었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미국 중앙은행은 다시 한번 유례없이 돈을 풀었다. 자산 가격 방어를 위해 하이일드 채권(고위험 회사채) 등 자산을 모조리 사들였고, 미국 정부는 실업수당을 막대하게 뿌렸다. 덕분에 사회 봉쇄로 인한 소비 둔화는 막을 수 있었다.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과 유럽은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당장 써야할 천연가스가 있었다. 경제도 빠르게 회복되면서 에너지 수요는 크게 증가했다. 에너지 수요 공급 밸런스가 무너지자 가격이 빠르게 튀어 올랐다.
국제유가는 1배럴당 125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150달러 200달러 전망이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은 허겁지겁 금리를 올리며 긴축정책을 펼쳤다. 22년 5월부턴 유례없는 자이언트 스텝(75bp 금리인상)을 결정했으며, 그 이후로도 4번 연속 75bp 금리 인상했다.
금리가 오르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마진이 크게훼손되었다. 당연히 기업들 수익이 악화되고 주가가 하락했다. 부채가 많은 기업은 도산 위험에 노출되고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가계는 소비를 줄였다.
여기에 22년 5월 세계 TOP 5위 수준으로 대형 코인(루나)이 일주일만에 -99% 하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가상화폐 시장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처럼 파란만장했던 2022년, 글로벌 금융시장은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악재 반영없이 갈길 가는 종목들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 넷플릭스, 삼성, 현대 등 국내외 내노라하는 기업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22년 중순까지 그나마 엑슨모빌 등 석유기업이 국제유가상승을 틈타 연중 최고가를 기록하긴 했으나 중간중간 부침은 있었다.
그런데 국내 상장된 종목중 이런 모든 풍파를 가볍게 무시하며 연일 최고가 랠리를 이어가는 종목이 있다. 바로 대성홀딩스와 선광이다. 이 두 종목은 CPI(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어떻게 나오든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인상하든, 전쟁을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계속 상승하기만 했다.
대성홀딩스는 어떤 기업?
대성홀딩스는 1983년 도시가스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 올해로 40기를 맞이했다. 1999년 12월 코스피시장에 상장했으며, 2009년 10월 대구도시가스에서 물적 분할하여 이름을 대성홀딩스로 변경했다.
대성홀딩스는 현재 대성에너지, 대성글로벌네트웍, 대성환경에너지, 대성청정에너지, 대성창업투자, 대성이앤씨 등의 계열사를 지원하는 지주회사다. 스스로는 연매출 200~300억 원대에 100억 미만 영업이익에 그치고 있으나, 자회사 대성에너지가 연매출 7,400~7,700억 원씩 당겨온다. 실질적으로 대성에너지가 핵심이다.
대성홀딩스는 대성에너지 지분 72.7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내법상 천연가스 수입 및 사업은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대성에너지는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천연가스를 사와 다양한 고객에게 공급한다. 천연가스 중간 유통상이라고 보면 된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작년 MMBtu(열량단위)당 1.8달러에서 22년 1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다. 그래서 천연가스 수혜주로 거듭나며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계속된 우상향은 아니었다. 무릇 모든 테마주가 그렇듯 급등락을 반복했고, 현재 고점 대비 -47% 수준까지 하락했다. 대성에너지는 2022년 3분기부터 적자 전환했다.
그런데 대성에너지를 핵심 계열사로 지주사업을 하고 있는 대성홀딩스 주가는 연일 상승했다. 왜 오르는지도 알 수 없다. 이유가 없다. 그냥 수급에 의해 상승한다. 전 세계 금융시장 하락 요인에는 웬만큼 반응할 만도 한데 대성에너지는 그런 일이 없었다.
대성홀딩스는 현재 시가총액 1조 8,000억원을 넘겼다.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두산이 시총 1조 3,700억원, 한화가 시총 2조 900억이다. 그리고 매년 영업활동현금흐름만 1조 원에 육박하는 신세계 시총이 2조 2,000억 원이며, 현대백화점은 1조 4,000억 원에 불과하다. 모두 금리와 전쟁 이슈를 흡수하면서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시장 논리로는 대성홀딩스 주가움직임을 설명할 길이 없다. 타당화 합리화할 수도 없다. 수급만이 주가를 들어 올렸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 그리 인지도가 높은 종목도 아니다.
대성홀딩스 주식은 김영훈 외 1인이 전체 주식의 72.74%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2대 주주 한국증권금융이 5.01%를 보유하고 있다. 유통물량은 22%에 불과하다. 유통물량 22%가 지금의 대성홀딩스 주가를 만들었다. 만약 유통물량 22%를 누군가 과반 소유하고 있다면 이는 계획된 거래가 틀림없다.
선광도 마찬가지
선광은 코스닥 상장사다. 1948년 창립해 인천, 군산, 평택을 거점으로 수출입 화물 하역업을 영위중인 종합물류기업이다. 화물 하역이란 쉽게 말해 화물을 싣고 내리고, 이동시키고, 보관하는 작업을 말한다. 2021년 이후 높아진 물류비로 1,600억 매출에 300억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1년 4분기를 기점으로 물류비는 Peak-out(하락전환)했다. 영업이익은 분기별 50~60억대로 추락했다. 그런데 주가는 여전히 우상향 중이다. 시장에서 인지도 있는 종목도 아니다. 특별히 테마주로 편입되지도 않았다. 원래 조용히 우주 끝까지 우상향 하려면 이렇게 조용해야 하나보다.
선광도 최대주주 심충식 외 20인이 지분 49.30%를 보유, 2대주주 한국증권금융이 5.0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자사주 12.51%도 있다. 유통물량은 30% 수준이다.
작전이든 내부거래든 뭐든 대성홀딩스와 선광 주가는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상승할까? 대성홀딩스 및 선광 주주들은 이렇게 종목을 거론하는걸 되게 싫어한다. 주식은 자고로 아무이유없이 조용히 가야 계속 상승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불법적인 행위든 뭐든 간에 지금 주가가 올라야 한다는 마인드다.
보통 테마나 재료가 끼면 그 재료가 소멸되었을때 매도 물량이 나와 주가가 하락한다. 반면, 대성홀딩스와 선광은 시장에서 인지도도 낮고 굉장히 조용한 종목이다. 과연 어디까지 주가가 움직일지 지켜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