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유상증자 공시를 보면 자금조달 목적에 운영자금이나 설비투자 외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이라고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요. 쉽게 말해 회사가 갖고 있는 돈을 다른 회사 지분에 투자하는 데 사용한다는 겁니다. 회사가 건실하게 잘 운영되면 계좌에 현금이 쌓일건데 현금을 잔뜩 갖고 있어 뭐하겠습니까 다른데 투자도 하고 최대한 자금을 활용하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회사가 본업에서 수익도 못 내면서 타법인 주식을 취득하는 것입니다.
유상증자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해석
예를 들어 내가 술집 장사를 하는데 돈을 잘 벌면 그 돈으로 주식을 사든 부동산을 사든 상관이 없겠죠. 어쨌든 자산 증식 행위고 미래 이익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은행 등 남에게 돈을 빌려 무리하게 투자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가게 운영을 위해 원재료를 사거나 월세 낼 돈도 없는데 다른 회사 지분이나 사고 있으면 어떨까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상황이죠. 회사가 유상증자를 하면서 그 돈을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건 얼마나 기존 주주들을 얕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회사의 경영 결정이 향후 어떻게 Return 된다는 것은 함부로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그런 애매모호함 덕분에 적자가 이어지는 상장기업들이 계속 수혜를 보고 있습니다.
회사가 본업에서 수익도 못내면서 돈을 빌려(유상증자는 투자로 돈을 받는 거지만) 다른 회사 주식을 산다는 건 회삿돈을 다른 곳으로 빼내는 것과 같습니다. 당장 운영자금도 부족한데 다른 회사 지분을 취득한다고요? 잘돼 봐야 배당 정도 받을 수 있는 다른 회사 지분을 도대체 왜 취득할까요? 비상장주식은 유동성도 현저히 떨어집니다. 만약, 정말 괜찮은 기업이라면 그 회사를 인수하거나 지분율을 과반 이상 취득하여 경영권을 아예 획득하겠죠. 이도 저도 아닌 경우는 99% 회사자금을 빼돌리는 겁니다.
그렇게 투자한(타법인 증권 취득으로) 회사는 대체적으로 규모도 매우 작고 법인설립된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회계감사도 받지 않는 등 굉장히 불투명한 상황.. 당연히 자금도 불투명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왜 운영자금도 없으면서 타법인증권을 취득하는 회사들은 다 적자 나는 기업들일까요? 기존 기업 설립자가 exit를 위해 회사를 팔아먹으면 기업사냥꾼이 이를 이어받아 상장 프리미엄을 이용해 회사 자본을 털어먹고 자본 시세조종(주가조작)을 통해 시세차익을 얻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항상 이런 결정을 하는 회사들은 죄다 수익이 안나는 기업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업들은 이사진 등 경영권 확보가 매우 중요, 회사 주식을 제3자에게는 싸게 발행해서 본인들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기가 오면 본격적인 언론플레이를 통해 신사업 진출을 알려야 하는 등 경영권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게 안 통할 것 같거나 빨리 자금이 필요한 경우 감시가 허술한 타법인 증권 취득 결정을 통해 자금을 확보합니다. 타법인 증권 취득은 결국 상장회사 자본을 본인들이 만들어놓은 법인이나 이해관계가 있는 법인으로 빼돌리는 겁니다.